AI와 인간의 공존

AI 신약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인공지능이 새로운 약을 만드는 과정과 인간의 역할

AI 인사이트 2026. 10. 8. 11:13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글을 써주고 사진을 만들어주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의약품 연구에도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AI 신약개발이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새로운 약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가 약을 직접 만들어 실험실에서 완성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신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생물학적 데이터와 화합물 정보를 분석하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찾거나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는 데 AI를 활용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은 신약의 비임상 연구부터 임상시험, 제조와 시판 후 단계까지 AI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는 신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할까요?

그리고 AI가 후보 물질을 찾아냈다면 그 약을 바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AI 신약개발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현재 어느 단계까지 발전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간 연구자가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화면과 분자 구조, 연구실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자를 함께 표현한 이미지

 

AI가 신약을 만든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신약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질병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표적을 찾은 다음, 그 표적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찾아야 합니다.

그 후에는 해당 물질이 실제로 원하는 효과를 내는지, 독성은 없는지, 몸속에서 어떻게 흡수되고 분해되는지 등을 여러 단계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AI는 이 과정 전체를 한 번에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에서 연구자가 판단할 수 있는 후보와 정보를 빠르게 좁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025년에 발표된 신약개발 관련 연구들을 보면 AI와 머신러닝은 질병 표적 탐색, 후보 물질 발굴, 분자 설계와 최적화, 독성 및 약동학 예측, 임상시험 설계 등 다양한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연구자가 수많은 가능성을 하나씩 실험해야 했다면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먼저 확인해볼 만한 후보”를 골라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신약개발에서 AI는 어떤 일을 할까?

1. 질병과 관련된 표적을 찾는다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첫 단계 가운데 하나는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표적을 찾는 것입니다.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등이 질병의 발생 또는 진행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 대상을 조절하는 약을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게 됩니다.

AI는 논문, 유전체 정보, 단백질 정보, 환자 데이터 등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 서로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찾아내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AI가 관련성이 있다고 예측했다고 해서 실제 치료 표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연구자가 실험을 통해 실제 생물학적 작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2. 새로운 후보 물질을 찾는다

다음 단계에서는 특정 표적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화합물을 찾습니다.

여기에서 AI의 장점이 크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AI는 분자의 구조와 특성을 학습하고 새로운 분자 구조를 제안하거나, 많은 후보 물질 가운데 원하는 특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선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2025년 발표된 연구 리뷰에서도 생성형 AI가 새로운 분자 설계와 가상 스크리닝 등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3. 후보 물질의 특성을 예측한다

후보 물질을 찾았다고 해서 바로 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으로 개발하려면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원하는 표적에 제대로 작용하는지뿐만 아니라 독성이나 약물의 흡수·분포·대사·배설과 관련된 특성도 중요합니다.

AI는 이런 특성을 예측해 연구자가 우선적으로 실험할 후보를 선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AI의 예측이 실험 결과 자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AI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후보도 실제 실험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질병 표적 발견 → 후보 분자 설계 → 컴퓨터 예측 → 실험실 검증으로 이어지는 AI 신약개발 과정

실제 사례로 보는 AI 신약개발

AI 신약개발을 이해하기 위해 실제 임상시험 사례를 하나 살펴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2025년 6월 Nature Medicine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발견·설계된 후보물질 렌토서팁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관련 2a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이 후보물질은 TNIK이라는 표적을 겨냥하도록 개발됐으며, AI를 활용해 질병과 관련된 표적을 찾고 후보 화합물을 설계하는 과정이 사용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약을 완성했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AI가 후보를 찾아내고 설계하는 데 활용됐지만 이후에는 실제 화합물을 만들고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해당 2a상 시험에는 71명의 환자가 무작위 배정됐으며 12주 동안 여러 용량의 렌토서팁과 위약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은 특정 용량에서 폐기능 지표인 FVC의 개선 경향을 관찰했지만, 연구 규모가 작고 추적 기간이 짧다는 한계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를 “AI가 만든 신약이 완성됐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해 개발된 후보물질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까지 진입했고 유망한 결과가 보고됐다는 사례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 차이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AI가 신약개발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이유

신약개발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확인해야 할 후보가 매우 많다는 점입니다.

연구자는 수많은 데이터를 살펴보고 후보 물질을 선정한 다음 실험을 반복해야 합니다.

AI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자가 모든 후보를 동일한 순서로 실험하는 대신 AI가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먼저 제시하면 연구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AI를 사용하면 신약개발 기간이 자동으로 짧아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AI가 초기 후보를 찾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이후의 실험, 독성 평가, 임상시험, 제조, 규제 검토 등의 과정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실제로 FDA 역시 AI가 신약개발 전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AI가 신약개발에서 완전히 대신할 수 없는 일

AI 신약개발을 이야기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AI를 지나치게 만능 도구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지만 실제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에서는 가능성이 높게 나온 물질이 실제 세포나 동물 실험에서는 기대와 다른 결과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나 개인별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후보물질을 제안한 뒤에는 연구자의 실험과 검증이 필요합니다.

2025년 FDA와 EMA가 함께 제시한 AI 신약개발 관련 원칙에서도 인간 중심 접근, 위험 기반 평가, 데이터 관리, 모델 성능 평가, 생애주기 관리와 같은 요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AI가 발전할수록 인간 연구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AI의 예측을 어떻게 검증하고 실제 연구에 적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AI 신약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모델이라도 학습하고 분석하는 데이터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결과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약 연구에서는 데이터가 서로 다른 형식으로 존재할 수 있고, 연구 대상이나 실험 조건도 다양합니다.

같은 질병을 연구하더라도 세포 실험 결과와 실제 환자의 반응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제시한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가
  • 데이터의 품질은 어떠한가
  •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진 결과인가
  • 다른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가
  •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런 점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AI 답변의 사실 확인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AI가 어떤 결과를 제시했을 때 중요한 것은 결과를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전 글을 통해 AI답변의 오류 사례에 대해 참고해보세요.

 

2026.09.15 - [AI 윤리와 신뢰] - AI 답변은 왜 틀릴까? 생성형 AI 오류 사례와 사실 확인 방법

 

AI 답변은 왜 틀릴까? 생성형 AI 오류 사례와 사실 확인 방법

생성형 AI에게 질문하면 상당히 자연스럽고 구체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장도 매끄럽고 설명도 논리적이어서 실제 전문가의 설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하지만 자연스러운 답변과

lroomi.com

 

 

그렇다면 미래의 신약개발은 어떻게 달라질까?

앞으로 AI 신약개발이 발전하면 연구자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AI가 논문과 생물학적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표적 후보를 제안하면 연구자가 이를 검토합니다.

이후 AI가 여러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연구자가 실험을 통해 결과를 확인합니다.

실험 결과가 다시 데이터로 축적되면 AI 모델이 다음 후보를 제안하는 식의 반복적인 연구 과정도 가능해집니다.

즉, 한 번의 AI 분석으로 신약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 AI 예측 → 실험 → 결과 분석 → 새로운 예측

이라는 순환 과정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에서는 AI와 연구자가 서로의 역할을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AI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수많은 후보를 비교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인간은 연구 목적을 설정하고 실험 결과의 의미를 판단하며,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AI 신약개발이 환자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환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가 사용됐느냐”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는가입니다.

AI가 신약 후보를 더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치료제가 충분하지 않은 질환에서는 새로운 표적이나 후보물질을 찾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약이 더 안전하거나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AI로 개발된 후보 역시 다른 신약과 마찬가지로 전임상 연구와 임상시험, 규제 검토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실제 환자에게 사용되는 의약품이라면 결국 AI의 계산 결과가 아니라 과학적 검증과 임상적 근거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AI 신약개발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줄어들까?

AI가 신약개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언젠가는 연구자 없이도 새로운 약이 만들어질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신약개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AI가 후보를 제안하더라도 연구자는 그 후보가 왜 필요한지, 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잘못된 예측 하나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AI의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FDA가 AI 신약개발에서 인간 중심 접근과 위험 기반 평가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와 연결됩니다.

앞으로의 신약개발은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구조보다는 AI가 연구자의 능력을 확장하는 구조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AI는 사람이 혼자 처리하기 어려운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후보를 좁혀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 연구자는 그 결과를 실험과 임상적 근거를 통해 검증하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AI 신약개발을 바라볼 때 기억해야 할 것

AI 신약개발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AI를 활용해 발견·설계된 후보물질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규제기관 역시 신약개발 과정에서 AI 활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곧바로 “AI가 신약을 만들었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AI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능성이 높은 표적과 후보를 찾고, 연구자가 더 효율적으로 실험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최종적으로 약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려면 실험과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결국 AI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질문은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AI가 연구자가 더 좋은 치료제를 찾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현실적입니다.

신약개발은 인간의 생명과 직접 연결된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AI의 계산 능력과 인간의 과학적 판단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가 중요할 것입니다.